평화한반도 문화인회의 창립선언문

“해야, 솟아라. 평화의 해야 솟아라”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겨울은 참으로 길고도 참혹했다.
외세가 갈라놓은 분단의 철조망에는 동족끼리 대립, 갈등하며 흘린 피와 눈물이 흥건하다. 이 오랜 불신과 증오로 황폐해진 동토에 분단의 얼음벽을 녹이는 훈풍이 불고 있다.
4.27 ‘판문점선언’으로 남과 북은 이제 결코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대장정, 그 첫걸음을 떼었다.
무엇보다 북이 수령중심의 폐쇄국가로부터 벗어나 국제사회의 드넓은 광장으로 나와서 정상국가의 모습으로 전환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진정으로 환영한다.
남과 북이 분단경계선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한 합의는 전 세계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또한 이에 대한 뜨거운 지지와 평가는 한반도 평화프로젝트의 국제적 자산이라 믿는다.
북이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2013년)’을 중단하고 ‘인민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잘 사는’ 국가모델을 추구하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고자 한다.
오로지 고통만으로 점철된 분단체재가 지속되는 동안 대북정책과 안보문제는 정치의 인질이 되어 소모적 정쟁만 부풀려왔다.
남과 북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각각의 권력체계를 공고히 하는데 악용해온 어리석은 역사에 이제는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이다.
남북의 평화와 민족의 풍요로운 삶은 결코 보수와 진보의 영역이 아니다.
이는 민족의 공동번영을 향한, 민족 구성원 그 누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민족 모두의 숙명이자 절대적인 과제이다.
우리 모두는 상호이익을 꾀할 수 있는 경제협력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라지만 이는 열강의 국가이기주의와 외교 등으로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겹겹한 난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남과 북이 스스로 교류와 협력을 결행할 수 분야는 바로 우리 지척에 무수히 많다.
우리는 원래 유사 이래 오천년 동안 한겨레 공동체였다.
말과 글과 역사를 공유한 문화공동체였다. 또한 영광과 오욕도 모두 함께한 운명공동체였다.
이제 남과 북, 북과 남은 다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공동체의 문화회복을 향해 숨결을 모아야 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세계 곳곳에서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단일팀이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함께 할 때 우리는 진정 더 강하고 아름다웠다.
유엔과 미국의 북한 제재가 아직 엄혹한 상태이지만 문화교류에는 큰 장벽이 없다.

한민족의 문화역량은 실로 빼어나고 눈부시다.
지구촌 방방곡곡에 한국 젊은이들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인종, 국가,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축제의 한마당을 화려하게 열어젖히고 있다.
광대한 중국대륙이 한국 드라마에 심취하고, 영화의 매력은 세계시장에 더 한층 고조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평양과 서울에서 동시에 영화제를 여는 꿈을 꾸고 있다. 모란봉극장과 국립극장에서 북과 남의 춤사위를 관람하고 싶다.
지뢰를 걷어낸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의 시인들이 모여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시인들의 안부와 함께 그들의 시를 함께 낭송하고 싶다.
금강산 초입의 너른 마당에서 남과 북 화가들의 전시회를 열고 싶다.
제주 올레처럼 걷는 길을 묘향산 거쳐 개마고원을 지나 백두산까지 내고 싶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 백두산국립공원까지 발목이 시리도록 남과 북이 손잡고 걸어보고도 싶다.
이에 우리 각 분야에서 일하는 문화인들이 먼저 남과 북이 나란히 어깨 겯고 가는 평화의 길로 나서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께 가장 친근한 문화의 얼굴로,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추고, 국민 여러분이 보시기에 좋은 낮은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다방면의 문화교류와 협력으로 민족의 하나 됨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일제 강점기 고난 속에서도 군사대국보다는 오히려 문화강국을 꿈꾸었던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 대로 우리는 ‘한류’로 지구촌 방방곡곡을 누비게 되었다.
오늘 우리는 정치. 군사 대결의 가파르고 엄혹한 갈등을 가로질러 먼저 남과 북이 문화로 하나 되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평화한반도문화인회의’의 돛을 올린다.
그리고 상시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 교류와 협력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세워주실 것을 북에 요청한다.
한반도의 봄이 동북아의 평화와, 나아가 세계평화의 초석이 될 것임을 굳게 믿으며 우리는 오늘 한민족 평화번영으로 가는 첫 걸음을 떼려 한다.
조국의 해방과 통일을 염원하며 신산고초로 일관하신 모든 선열께 엎드려 간구하며, 천지신명께서 우리의 순결한 의지를 지켜주시리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고한다.
해방조국을 갈망하면서 그날에 떠오를 정갈한 해에게 기도한 시인에 의탁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외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앳된 해야 솟아라!
어둠과 대립을 살라먹고 평화의 해야 솟아라! 한민족 번영의 고운 해야 솟아라!”